2013. 2. 12. 11:50ㆍ″``°☆시들의모음/◈아침의― 詩
아버지의 연장 / 양문규
아버지 집에는 오래된 낡은 연장들이 많다
어깨가 빠진 지게 이가 빠진 낫살 휘어진 갈퀴
손자루가 부러지거나 몸통만 남은
괭이 삽 호미 망치 도끼녹슨 쟁기,
농사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크고 작은 연장들
집구석 여기저기에 처박혀 있다
한낮인데도 들판으로 나가지 않고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다
해 뜨는 이른 봄부터 해질녘 늦은 가을까지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 주던 연장들
아버지 제 살붙이처럼 어루만지고 있다
휘어지고 부러진 녹슨 연장보다
흰머리 삐걱대는 팔다리
캄캄한 눈, 들리지 않는 귀,
자신의 몸뚱이가 더 늙고 병들었건만
아직까지 밥만 축낸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저 연장들 잠만 잔다고 안타까워 그렁거린다
-시집 '식량주의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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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1960년 충북 영동 출생.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등이 있다.
농사꾼의 보물이었던 농기구가 집구석 여기저기 쳐 박혀 있습니다. 한때는 피붙이만큼 애지중지 대접 받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사람도 늙고 농기구도 낡아 이가 빠지고 날이 휘고 자루가 부러지고 성한 게 하나도 없군요. 등록금으로 문전옥답이 날아가고 돼지우리가 비고 그렇게 바꾼 가방끈으로 입에 풀칠하고 사는 자식들, 농자지천하대본( 農者之天下大本)이란 말을 갈아엎습니다. 자식들에게 아버지 등골 다 빼 먹히고 봄 무논에 둥둥 빈 껍질로 떠 있습니다. 전다형·시인 국제신문2012-02-1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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