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여 / 정 온
잘 익은
사과 한 알
아삭, 소리가
츱, 츱, 넘어가네
내 머릿속의 사과를 먹으려
너는 오고
사과는 머릿속에서만 익어가네
사과를 깎는 네 눈빛
예리하게 파고들어
그만 속살을 보여주고 싶어
나는 조금 더 익은 척,
그 사이 너는 눈빛을 탁자 모서리에 갈지
껍질 속 영양소라든가
오늘도 심는 한 그루 사과나무라든가
그 따위 포즈는 이제 그만
와삭, 머릿속으로 앞니를 박아넣는 소리
츠츱, 츱, 단내가 넘어가는 소리
머릿속 사과를 탁자에 내려놓고
포크라든가 나이프라든가
저마다 눈빛을 바꾸는 사이
쓰읍,
침을 다시는
사과, 사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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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온 = 2008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오, 작위 작위꽃'
〈시작노트〉 우리는 머릿속에 생각나무를 키우며 산다. 계획이라든지 목표라든지 하는 나무를 심어놓고 상황에 따라 생각을 키우기도 바꾸기도 한다. 그 중에서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사과라고 보았다. 시를 쓰는 사람들 혹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아니면 정치를 논하는 사람들, 그들이 모여서 나누는 생각과 생각들. 그런데 그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닐까. 국제신문2013-03-10 19: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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