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2. 06:10ㆍ″``°☆시들의모음/◈가슴의― 詩
꽃기도문 / 김영미 사람의 기도문 사랑의 기도문 이제 내겐 효험이 없습니다 민들레야 엉겅퀴야 사랑초야 꽃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민들레야 엉겅퀴야 사랑초야 살아가는 일과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나는 나날이 선한 마음을 잃어갑니다 해국에게는 해국의 기도문을 길이 없어 꽃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합니다 엉겅퀴에게는 엉컹퀴의 기도문을 꽃기도문을 만나기까지 멀고도 멀었습니다 오늘은 민들레 옆에 앉아 돌멩이를 보고 햇빛을 보고 다시 민들레를 들여다보며 말을 붙입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렴 돌멩이야 사랑초야 ------------------------------------------------------------------ ▶김영미=1998년 '시와 사상' 등단. 시집 '비가 온다' '두부'. 〈시작노트〉 꽃은 기도이다. 꽃말은 기도의 내용이다. 백일홍이 그렇고, '나를 잊지 마세요' 물망초가 그렇다. 우리는 피는 꽃을 찬미하고 떨어지는 꽃을 보며 탄식한다. 꽃이 기도이기 때문이다. 경조사에 꽃을 들고 가는 것도 꽃이 기도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내 기도발이 먹히지 않는다. 먼 길을 걸어 요즈음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 몸을 낮추고 더욱 나를 낮추어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간곡한 기도, 풀꽃에 기도하기에 이르렀다. 내 기도를 들어주렴 민들레야, 돌멩이야. 국제신문2013-04-21 19:44:42
꽃기도문 / 김영미
사람의 기도문
사랑의 기도문
이제 내겐 효험이 없습니다
민들레야 엉겅퀴야 사랑초야
꽃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살아가는 일과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나는 나날이 선한 마음을 잃어갑니다
해국에게는 해국의 기도문을
길이 없어
꽃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합니다
엉겅퀴에게는 엉컹퀴의 기도문을
꽃기도문을 만나기까지 멀고도 멀었습니다
오늘은
민들레 옆에 앉아
돌멩이를 보고
햇빛을 보고
다시 민들레를 들여다보며 말을 붙입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렴
돌멩이야 사랑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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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1998년 '시와 사상' 등단. 시집 '비가 온다' '두부'.
〈시작노트〉 꽃은 기도이다. 꽃말은 기도의 내용이다. 백일홍이 그렇고, '나를 잊지 마세요' 물망초가 그렇다. 우리는 피는 꽃을 찬미하고 떨어지는 꽃을 보며 탄식한다. 꽃이 기도이기 때문이다. 경조사에 꽃을 들고 가는 것도 꽃이 기도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내 기도발이 먹히지 않는다.
먼 길을 걸어 요즈음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 몸을 낮추고 더욱 나를 낮추어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간곡한 기도, 풀꽃에 기도하기에 이르렀다. 내 기도를 들어주렴 민들레야, 돌멩이야. 국제신문2013-04-21 19: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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