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4. 16:59ㆍ″``°☆아름다운詩/◈詩와음악♬
다시 삼강주막三江酒幕에서 ◐지성찬◑
그 때 그 풀빛은 오늘도 푸르른데 역사는 흙에 묻힌 채 흰모래만 곱구나
님을 기다리며 낡아가는 세월 속에 빈 나루에 작은 배가 밧줄로 묶여 있네 가끔씩 먼지바람에 풍문風聞만 쌓여가고
회화나무 가지 사이 하늘은 한 없이 높고 긴 세월에 남은 것은 썩은 가지뿐이네 육중한 몸으로 하는 말, 눈빛으로 알겠네
봄은 꽃을 들고 문 밖에서 기다려도 회화나무 검은 가지는 내다보지 않는구나 한 줄금 비라도 와야 문을 열고 나오려나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등잔불도 약해지면 주모酒母는 열사흘 달을 가슴으로 퍼 담으며 그 밤에 홀로 떠난 님을 물 위에 그려 보네
그을린 부엌에는 무쇠솥이 걸터앉아 주인을 땅에 묻고 홀로 남아 무엇 하나 언제쯤 새 주모酒母를 만나 한 세상을 끓여보나
거덜 난 팔자 같은 타다 남은 숯검뎅이 인생은 타고 또 타는 기름 같은 장작 같은 모두가 타버리고도 아쉬움은 재가 되고
감히 인생을 안다고 말하지 마라 그대 가는 길을 안다고도 말하지 마라 술에나 취하지 않고는 이 강을 건널 수 없네
여기 삼강三江나루 쉬어가는 나그네여 사랑은 풀꽃 같은 것, 풀꽃처럼 떠나셔도 천여 필 옥색 비단을 끊고 갈 순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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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찬=1980년 '시조문학' 추천,
삼강주막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강줄기가 몸을 섞는 예천 삼강 나루터에 위치한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이다. 지금은 경상북도가 문화재로 복원하여 객들을 끌고 있지만 몇 년 전만해도 주막의 처마 밑에 내걸린 사진 속 늙은 주모 유옥연 할머니가 70여년 세월을 지켰던 곳이다.
쪽방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다 타들어간 담배를 물고 지나가는 길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에 이 시도 함께 닿아있다. 풀어헤친 옷자락 사이 말라붙은 가슴에다 붙인 파스 한 장처럼 지난시절 온갖 풍상을 시는 잘 재현하고 있다.
소금장수, 장돌뱅이 보부상, 뱃사공과 과객 등 민초의 삶이 요약되어 ‘풍문風聞만 쌓여가고’ ‘긴 세월에 남은 것은 썩은 가지뿐’ 나루터는 오래전 물난리로 쓸려 내려갔고 골 깊은 할매의 주름도 이미 땅에 묻혔다. ‘감히 인생을 안다고 말하지 마라’ ‘술에나 취하지 않고는 이 강을 건널 수’ 없겠네.
http://blog.daum.net/kdm2141/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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