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엿뉘엿
/ 김영주
머리 하얀 할머니와 머리 하얀 아들이 앙상하게 마른 손을 놓칠까 꼬옥 잡고 소풍 온 아이들처럼 전동차에 오릅니다
머리 하얀 할머니 경로석에 앉더니 머리 하얀 아들 손을 살포시 당기면서 옆자리 비어 있다고 여 앉아 앉아 합니다
함께 늙어 가는 건 부부만은 아닌 듯 잇몸뿐인 어머니도 눈 어두운 아들도 오래된 길동무처럼 뉘엿뉘엿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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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2009년 '유심'으로 등단. 시조집 '미안하다, 달'.
'뉘엿뉘엿'이라는 의태어로 된 제목부터가 푸근하게 와 닿는 작품이군요. '늙는다'는 것이 '낡아간다'는 것만이 아니라 '편안하다'는 것도 이 시를 통해 알 것 같습니다. 늙음의 미덕이라 할까요? 늙은 아들과 호호백발 어머니가 길동무 삼아 걸어가는 모습이 따뜻한 이미지로 그려져, 한겨울 추위도 녹일 것 같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올 한 해도 뉘엿뉘엿 잘 저물어 가길 기원합니다. 손증호·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 2013-12-25
http://blog.daum.net/kdm2141/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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