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8. 09:48ㆍ″``°☆시들의모음/◈가슴의― 詩
장 마
-서규정-
소년에서 청년, 중년, 노년까지 한 몸짓에 다 묻혀 쏙 빠져들어
오빤 강남 스타일-싸이 누난 땅끝 스타일-공옥진 남아 있느냐, 가버렸느냐 차이는 춤은 아직도 계속된다는 것뿐
가도 가도 닿지 않는 시대는 재생 화면의 키를 쿡쿡 누르는 빗방울 따라 돌아온 걸로 치자
주룩주룩 소나기라는 굵은 춤이 지나면 무지개 높은 곳에 강물도 깊듯이 대형 스크린 속으로 양다리를 털면서 우리 같이 가볼까
-서규정 '장마'(시집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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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정=1949년 전북 완주에서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황야의 정거장')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겨울 수선화』외 3권이 있음.
시인이 시를 쓸 때 대상(사물)에서 촉발되는 이미지 중 무엇을 맨 먼저 떠올리느냐 하는 것은 그 시의 성패를 가름하는 주요한 가늠자가 된다.
이 시에선 시인이 장마라는 사물에서 좀 엉뚱한 싸이의 춤을 떠올린다. 그 춤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마와 같이 연속성을 지니며, 멀쩡하던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일시에 퍼붓는 소나기와 같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한다. 이 시의 재미는 무어라 해도 싸이의 춤과 장마를 연결 지었다는 데 있다. 너무도 기발한 발상이다.
이와 같은 엉뚱한 시적 발상은 개성 있는 시인만이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시가 지니는 창조성은 무엇보다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출발하며, 그것을 받쳐주는 것은 그 시인만이 가지는 독특한 시적 문법이라 하겠다. 평소 걸쭉한 호남 특유의 가락을 맵시 있게 버무려 만든 시로 독자를 흡인하는 서규정 시인의 시의 장기는 이 시에서도 여지없이 묻어나고 있음을 본다.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 봐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내년 1월부터는 김춘남 동시인의 '열려라 동시'가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이해웅 시인 busan.com-2013-12-27
http://blog.daum.net/kdm2141/3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