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1. 09:15ㆍ″``°☆시들의모음/◈가슴의― 詩
絶 頂
/ 이육사
매운 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이육사=본명(이원록)(1904~1944)
출생;경상북도 안동 1923 백학학원 교사 1925. 의열단 가입 1929 중외일보 기자 1931. 8 조선일보 기자 1932. 한국군관학교 수료(중국 남경)
‘청포도’ 등 민족시 30여 편 발표 1944. 1. 옥중 순국(중국 북경) 1990.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
겨울 한파가 맹위를 떨친다. 몸은 춥고 산천의 풍경은 참담하다. 하긴 참담하지 않고서야 어디 겨울이랴. 12월 22일이 동지(冬至)라고 한다. 겨울의 한 극점이다. 시도 제철이 있다. 지금이 이 시를 펼치기에 적합한 때다. 교과서로도 공부한 너무나 유명한 시지만 어금니를 지그시 물고 눈을 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읽어 마음을 적신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숨죽여 숨어버린 깨끗한 추위의 북방 고원 위에서 개결(介潔)한 정신 하나만이 오직 칼바람과 함께 서 있다. 더 이상 물러서거나 내디딜 수 없는 자리, 무릎을 꿇어야 할 방향마저 알 수 없는 시공(時空)의 중간 어디쯤이다. 연암 선생의 호곡장(好哭場)이 연상되는 광활한 터전의 극한(極寒)이다. 그러한 자리에 서봄으로써 자신을 그 크기와 높이로 확장하려 했던, 용맹한 정신은 우리네 우범한 사람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만한 온몸 체험의 겨울을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힘겹게 발음하는 긍정의 독백은 절정(絶頂)이 곧 동지이며 엄혹 속에서도 깊고 먼 데에 초인(超人)의 희미한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예감한 그것이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보'는 지혜가 긴요한 시절이다.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Chosun.com2013.12.18 05:40
http://blog.daum.net/kdm2141/3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