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9. 10:39ㆍ″``°☆아름다운詩/◈한편의詩調
복권을 사는 날
/ 천성수
복권을 사는 날은 밤하늘이 밝습니다
가슴 속 그 어디쯤 만수위로 넘실넘실
비탈길 오르더라도 숨 가쁘지 않습니다
쌀쌀한 지갑 속에 콧노래를 담아선지
일 나서는 새벽길이 춥지도 않습니다
이 겨울 응달진 곳에 봄기운이 올 듯도
반찬이 없더라도 나날이 진수성찬
사나흘 배가 불러 그냥저냥 넘어갈 듯
푼돈이 만든 길목에 온갖 꽃이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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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수=2005년 '부산시조' 신인상. 시조집 '바다로 가는 길에서 부르던 노래'.
행복한 사람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기보다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곧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지요. 로또 당첨이라는 한 방을 기대하고 복권을 사지만 실제 로또에 당첨된다하더라도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아무리 큰 행운이라 할지라도 적응해버리면 그 일도 금세 시들해지고 또 그 화려함 뒤에는 항상 그늘도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푼돈이 만든 길목에 온갖 꽃이 피는' 그 한 방을 기대하며 복권을 삽니다. 추운 겨울 허전한 '가슴 속 그 어디쯤 만수위로 넘실넘실'대는 설렘으로 '응달진 곳에 봄기운이 올 듯도' 합니다. 새해에는 복권을 살 때의 그런 설렘으로 콧노래를 부르는 행복한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손증호·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4-01-08
http://blog.daum.net/kdm2141/4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