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고
되짚어 봐도
도드라질 수 없는 글
엉킨 자판 위를 한달음 내달려도
첫 타와 마지막 타
끝내 놓지 않는다면
아무리 헝클어졌어도 갈 곳 잃지 않는다고
시 안 된 생의 길에
부레를 먹여본다
누웠던 언어들이 다시 수직으로 일어서고
새 말語은
갈기 날리며
치켜든다, 앞발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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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2003년 '유심' 신인상.
시조집 '빛, 소리 그리고'.
제목만으로도 시가 되는 작품입니다. 기가 빠져 후줄근한 글에다 부레풀을
먹여 '누웠던 언어들이 다시 수직으로 일어서'는 시. 풀을 잘 먹인 모시 적삼처럼
새뜻한 햇살 냄새라도 풀풀 풍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풀이 죽은 시대에 '새 말語은 갈기 날리며 앞발굽을
치켜들'고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새해엔 바야흐로, 풀 잘 먹인 말의 기운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런 한 해였으면 합니다.
손증호·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