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어이 워어이
나뭇잎마다 기도문을 써 붙이고
희명아 저 노을 앞에서 우리 함께 기도하자
종잇장 같아지는 흰 별들이 떴다
우리의 기도문을 실어 갈 바람도 부는구나
세월의 눈썹처럼 서걱서걱 흩날리는 그 마당의 나뭇잎 소리
희명아, 오늘 밤엔 우리 함께 기도하자
나뭇잎마다 기도문을 써 붙이자
워어이 워어이
서걱서걱 흩날리는 그 마당의 나뭇잎 소리7
-'세계의 문학' 2010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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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1945년 함흥 출생. 1968년 '사상계' 등단.
'초록거미의 사랑'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하나 넣고 다녔다' 등.
시간을 초월해 함께 간구하는 이 기도는 무언가 더 갖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다만 밝음을 구할 뿐. 삼국유사의 여인을 불러와 다시 쓰는 향가는, 무명의
어리석음에서 지혜를 구하는 기도이며, 눈 먼 아이의 눈을 밝혀주고, 나의 눈은
보지 않겠다는 역설의 기도다.
빛을 구하고자 천수관음 앞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신라 여인, 희명이여, 어디 그대
아이만 눈멀었겠는가. 천 년 후 나는 해가 져도 꺼지지 않는 그리움의 불꽃에
눈멀었으니, 멀어져 간 뒷모습 다시는 보지 않으리.
최정란·시인 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