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시벽을 웃음
○한용운○ 시에 빠짐 즐거우나 사람 목숨 빼앗아
젊은 얼굴 살 빠지고 입에는 진미 없다
나는 세속 뛰어났다 스스로 뽐내지만
가여워라 이름 병에 청춘을 다 잃었다
自笑詩癖 (자소시벽)
詩瘦太?反奪人 (시수태감반탈인)
紅顔減肉口無珍 (홍안감육구무진)
白說吾輩出世俗 (백설오배출세속)
可憐聲病失靑春 (가련성병실청춘)
-시집'님의 침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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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1879 ~1944. 충남 홍성 출생. 승려, 시인, 독립운동가. 3·1운동 당시 33인을 대표해 독립선언서 낭독. '한용운전집' '한용운시전집' 등.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서훈.
벽(癖)은 버릇, 습관을 끊지 못하는 병적인 증세를 나타내는 말. 술을 썩 즐기는 성벽을 주벽, 남의 것을 훔치는 버릇을 도벽이라 하듯 시를 짓지 않고 못 배기는 병을 시벽(詩癖).
고려 시대 명문장가인 이규보는 '시벽'이란 작품을 통해 시를 짓는 괴로움을 이야기하면서 시 짓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말하기도.
이미지와 이름이 난무하는 오늘의 시대에 치열하게 부딪히고 이름병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정관 (正觀)하라고, 지금 하는 일들과 삶 전체를 돌아보라고 하는 듯….
이희철·시인 kookje.co.kr
http://blog.daum.net/kdm2141/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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