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밀어내고 피는 꽃도 있지만
제 노동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는
제 힘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크고 화사한 꽃들이 침묵할 때
작아도 할 말 다하는 당찬 꽃도 있습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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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석=1935년 의령 출생, 1959년 `현대문학' 등단,
경남신문사 제1기 수습기자, 편집국장 이사 주필 역임,
마산문인협회장 경남문인협회장(초대) 역임,
경남언론문화연구소 대표(현). 시집 `겨울나무들' 등.
요즘 들꽃들이 한창입니다. 제비꽃, 애기똥풀, 별꽃, 쇠뜨기꽃, 방가지똥, 미나리아
재비 등 다정하고 친근한 그 이름들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집니다. 이 꽃들은 ‘남을
밀어내고’ 만든 화단의 ‘크고 화사한 꽃들’이 아니라 들과 산 여기저기에서 ‘제 노동
으로’ 핀 작은 꽃들이지요.
누구의 관심이나 가위질 없이 ‘제 힘으로’ 피었으므로 작아도 당당합니다. 그 누구
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으므로 ‘할 말 다’ 할 수 있습니다. 가위를 들고 자신의
화단을 살펴보기보다는 들로 산으로 나가 이 꽃들의 당찬 말들을 들어봐야 할
시대인 것 같습니다.
<강현덕·시조시인>
별꽃
방가지똥꽃
제비꽃
애기똥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