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권갑하-
생(生)은 슬픔의 서랍에 손때를 묻히는 일
해지고 벗겨지고 금이 가고 깨지고 ……
얼룩도 향기도 없는
한 생이, 찻잔 속에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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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갑하=(1958~ )경북 문경에서 출생.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처용의 탈」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춤추는 처용」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단 하루의 사랑을 위해 천년을 기다릴 수 있다면』과 「강은 역류를 꿈꾼다」「내 노래 그대에게 가 닿지 못한다 해도」등 제5회 나래시조문학상, 제17회 중앙시조 대상 신인상을 수상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인사동을 외국인들은 “메리의 골목(Mary’s Alley)”이라 부른다고 하지요. 수많은 골목들이 꼬불거리고 있어 동 이름보다는 무슨 골목 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싶은데 왜 메리의 골목일까요.
서울에 있는 골동품의 절반 가까이가 이 골목 안에 모여 있다지요. 그런데 여기 또 다른 골동품도 있네요. ‘해지고/ 벗겨지고/ 금이 가고/ 깨’진 우리의 생(生)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생에는 ‘얼룩도 향기도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요. ‘슬픔의 서랍에 손때가’ 더 많이 묻은 생이 향기도 더 고결한 것을요. <강현덕·시조시인> joins.com/20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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