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4. 07:02ㆍ″``°☆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
허묘(墟墓)
-임동윤-
그 바닷가에는 시신 없는 무덤이 많다
얼마나 버려두었는지 나무와 풀뿌리가 엉켜 있다
밤이면 별들이 내려와 죽은 자의 내력을 캐묻지만
아무도 태풍에 휩쓸려간 이름들을 불러내진 못한다
뼛조각 하나 없이 급조한 봉분들, 빗물에
끝없이 쓸려가 벌겋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헤매던 바다도 흔적 없이 쓸려갔을까 (중략)
기다림에 지쳐 어쩔 수 없이 쌓아올린 빈 무덤
식솔들을 위해 바다로 달려 나간 가장들의
형형한 눈빛을 그냥 지워 버릴 순 없어 쌓아올린 무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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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1958~ )경북 울진 출생.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연어의 말” “아가리” “따뜻한 바깥” 외. 수주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수상.
우리가 겪은 수많은 죽음들이 새롭게 가슴에 와 쌓이는 6월이다. 바다로 출근하고 뭍으로 퇴근하는 어민들에게 바다는 생업의 현장이다. 그러나 때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수도 있다. 이렇게 실종된 어부들을 몇 년씩 기다리다가 시신 없는 무덤을 바닷가에 만든 것이 이른바 허묘다.
실종자를 위한 분묘라기보다는 생존자들의 마음속에 쌓아 올린 무덤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산속에 버려진 무덤보다 바닷가의 허묘가 살아남은 이들에게 더 많은 슬픔을 자아낸다. 몸보다 마음이 중요하고,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순수하기 때문이다. <김광규·시인>
◆김광규=1941년생. 서울대·대학원 독문과 졸업. 한양대 명예교수. 시집 『아니다 그렇지 않다』 , 『시간의 부드러운 손』 등이 있다.
joins.com/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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