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당화야
산당화야
교장선생님한테 불려가 혼나고, 너도
숙직실 처마 밑에 나와 섰구나
할 일이 많아서
그리 많은 꽃송이를 달고
몸살난 듯 꽃잎들이
뜨겁도록 붉구나
바닷바람 차가운 바닷가에 해당화(海堂 花) 피어나듯이 산마을 외딴집엔
산당화 (山堂花)가 피었습니다.산당화 붉은 꽃에 마음을 도둑 맞아 한나절
겨웁도록 그 곁을 서성였나 봅니다.
다보록히 솟은 노란 꽃술을 선홍빛의 다섯 장 둥근 꽃잎이 사이좋게 어울려
테를 두른 산당화 그 꽃을 바라보는동안 이 봄날 다 지난다 해도 서럽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피는가 싶으면 지는 것이 꽃이라지만 이 봄날 산당화처럼 사람들 마음에
선명히 점을 찍는 꽃도 흔치 않습니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거리엔 속절없이
꽃잎이 날리고 가는 봄이 아쉬운 사람들은 오늘도 꽃나무 아래를 서성입니다.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오듯이 누가 보아도, 보아주지 않아도 지상
의 꽃들은 피어나는데 공연히 사람들만 속을 끓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람에 밀리는 구름처럼 나중 생각이 앞선 생각을 밀고가는 동안 나는
산당화 꽃그늘에 앉아 아직 반나절 남아 있는 봄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