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막--- -박태일-
게르는 둥글다
게르에선 발소리도 둥글다
게르 앞에서 아이가 돌멩이를 굴린다
둥글게 금을 긋고 논다
아이 얼굴도 둥글다
햇볕에 씹혀 검고
마른 꽃을 잔뜩 심었다
아이는 여자로 잘 자랄 수 있을까
더위를 겉옷인 양 걸친 양떼
헴헴헴 게르 앞을 지나간다
슬픔을 둥글게 머금은 아이가
지는 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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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시인
(1954~ )경상남도 합천에서 출생.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미성년의 강〉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그리운 주막』,『가을 악견산』, 『약쑥 개쑥』,『풀나라』등
사막은 우리에게 소설 혹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먼 땅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부터 사막이 아파트공화국 주민들에게 체험 관광 상품으로 떠올랐고, 이제는 자본 투자 대상으로 오르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관광객 가운데 ‘낙타의 젖꼭지가 네 개 인데, 오른쪽 둘은 새끼가 먹고 왼쪽 둘은 사람이 짠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교환교수로 몽골에서 체류했던 박태일 시인은 자신의 체험 속에서 사막을 ‘둥근 이미지’로 포착했다. 우선 몽골의 주거 형태가 둥근 천막 ‘게르(Ger)’다. 신산한 세월을 살아갈 아이들의 얼굴 모습이 둥글고,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유목민의 해도 둥글다. 몽골 여행 중에 혹시 슬픔을 둥글게 머금은 아이를 본 적이 있으신지.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7-05
http://blog.daum.net/kdm2141/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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