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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유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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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1948~ )경기도 수원 출생
고려대국문과, 같은 대학원 문학박사, 시집『황사바람,』
『아침 책상』,『공놀이하는 달마』,『불꽃 비단벌레』.
시론집 『현대시의 정신사』,『삶의 깊이와 시적 상상』외.
현재 고려대 국문과 교수
바닷가 가까운 곳에 여인숙이 있다. 숙객(宿客)들이 잠시 머물러 쉬다 가는 곳. 달은
떠 푸른 바닷물을 비춘다. 달빛 아래 넓고 큰 모래벌판은 하얗게 살을 드러냈으리.
파도는 연신 모래사장을 핥고 있으리.
높은 갈매기, 낮은 게, 반짝이는 조가비, 자디잔 모래 알갱이, 낮에 쌓아 놓은 모래성,
길게 휜 해안선, 이글이글하는 태양, 감감한 수평선, 섬, 보일 듯 말 듯 멀리 나아가는
한 척의 배, 먼바다, 해저(海底), 그리고 바람에 실려서 오는 소라 껍데기와 미역의
향긋한 냄새.
문간방에서는 바다가 훨씬 가까우리. 그 문간방에까지 바다는 밀려와 여름밤을 함께
묵고 가리.
문태준 | 시인
Chosun.com/201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