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권하며
-이백-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저 물 천상에서 내려와
세차게 흘러 바다에 곧 이르면 돌아오지 않음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고귀한 집 속 밝은 거울을 대하고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카락 저녁 되니 어느덧 흰 눈이어라.
인생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모름지기 즐길 것이니
황금 술통을 달빛 아래 그대로 두지 말라.
하늘이 이 몸을 낳으셨으매 반드시 쓰일 곳 있음이려니
천금은 다 써 흩어져도 다시 생기는 것.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즐길 것이니
한 번에 삼백 잔은 마셔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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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701~762)달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한 당나라의 시인
이백(701-762)의 자는 태백(太白)이요,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였다. 그의 조상이 수나라 말엽에
죄를 지어 서역으로 옮겨 갔다가 이백이 5세 될 무렵에
사천(四川)으로 되돌아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그의 어머니가 한족인지 오랑캐 여인인지도 모두 알 길이 없는데
25세 무렵까지 사천에 살았기 때문에 아마도
이백의 고향은 사천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국에 낭독 여행을 갔을 때, 그곳 문인들을 만나서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함께했다.
어느 자리에 가도 음식이 푸짐하고 술이 독했다. 알코올 함량 50도를 오르내리는
백주를 나는 도저히 마실 수 없어 실례를 무릅쓰고 소흥주를 따로 주문해 국위를
손상하기도 했다.
이백의 권주가 시편들은 호방하기 이를 데 없어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한 번에 삼백
잔을 마신다(一飮三百杯), 한 잔 한 잔 또 한 잔 (一杯一杯復一杯) 같은 구절은
애주가들이 요즘도 자주 인용하는 대목이다. 1200여 년 전에 독한 술을 마시며 쓴 이
시가 치명적 간장 질환이 만연하는 21세기까지 이토록 오래 살아남다니!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