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귀엽고 아름다워
연중무휴 내 가슴에 살던
그 소녀는 이제 거리에 없네.
만나면 고향처럼 정겹던 이미지
각기 달라 쉽게 기억에 떠오르던, (…)
어머니 탯줄에 각인되었던 그 주소를
어느 날 갑자기 바꿨기 때문이네. (…)
그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음모 (…)
TV에서 자주 보던 연예인 닮은
콧대 세운 비슷비슷한 얼굴이
왜 그렇게 많을까. (…)
------------------------------------------------------------
▶류근조=(1940~ )전북 익산군 출생
시집 : 나무와 기도(1967),환상집(1972),목숨의 잔(1979)
무명의 시간 속으로(1984),입(1989,낯선 모습 그리기(1992)
그리움아 거기 섰거라(1995),날쌘 봄을 목격하다(1998
산문집: 캘린더 속의 계절(1986),내 밖의 세상, 세상 밖의 길(2003)
여행시선집 : 나는 오래전에 길을 떠났다(2003)
미국의 어느 대통령 부인, 어느 유행가수, 어느 여배우가 얼굴과 유방 성형수술을 했다는
뉴스는 아마 사반세기 전쯤 들은 것 같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육신을 임의로 재단하여
뜯어고치는 이 낯선 풍조는 단기간에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서, 이제는 한국이 아시아 제1
의 성형공화국이 되었다.
영화나 TV 화면에 나오는 인물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어린 학생으로부터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눈·코·입·턱을 개조한 사람들을 어디서나 숱하게 만난다. 자기의 정체성과
개성을 포기하고 어느 누구와 비슷한 아름다움을 얻으려는 뼈아픈 시도는 그러나
예쁘다기보다 ‘저 사람도 얼굴을 고쳤구나’로 요약될 뿐이다.
온갖 아픔을 견디며 고치고 또 고쳐도, 나이 들수록 그 자국만 흉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을
성형 1세대가 이미 보여주고 있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