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가 (悲歌)
-이제인- 너를 안았던 손으로
다시 너의 마지막 길을 수습한다
일상처럼 너의 겉옷을 벗기고
피 묻은 속바지를 벗긴다 (…)
첫날밤 그 떨리는 손길로
나를 향한 너의 미소도, 기도 소리도
너와 나의 못 다한 고백마저도
차곡차곡 접어 노잣돈으로
네 손에 꼭 쥐어준다 (…)
나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던
너의 따스한 체온을 생각한다
그때가 내 생의 봄날이었다는 것을
나는 차마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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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1962~)
결혼식 주례사에서 많이 듣는 말이지만, 삶은 만남에서 비롯된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사람은 부모인데, 자기가 선택할 수 없는 존재다. 형제자매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반려를 찾는 일은 그러므로 가장 큰 선택이다. 요즘은 경솔하게 만났다가
장난치듯 헤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헤어짐의 절대적 형태는 사별이다. 상대방이 죽어버리면, 공존의 시간이 정지되고,
그때까지 지속되어 온 일체의 생성이 단절된다. 만남의 기쁨은 사라지고 헤어짐의
슬픔만 남는다. 이 슬픔을 노래한 시가 바로 비가이다. 지난 세기까지는 관념적이고
난해한 비가가 많았는데, 오늘의 비가는 이제인 시인의 작품처럼 구체적이고 절실
한 고백을 담고 있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8.02
http://blog.daum.net/kdm2141/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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