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노을
-양점숙-
어머니의 어깨는 늘 바람소리로 앓는다
너처럼 쓸쓸해지다 그 시름에 들썩이다
허기져 질척한 눈부처 노을을 끌고 간다
녹두새의 까만 눈동자 물빛 따라 떠나고
허락되지 않는 별을 꿈꾸던 계절에
바람 든 그 마디마디 또 하나의 사랑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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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점숙=(1949~ )이리익산 출생 문예 백일장 장원. 저서 <현대시조 100인선 꽃 그림자는 봄을 안다> <하늘문 열쇠><아버지의 바다> 등 한국 시조시인협회상, 한국 시조시학 상 수상
장마가 지나면 노을이 더 선명하고 짙었다. 긴 비에 씻길 대로 씻긴 하늘과 구름이 한결 맑아졌기 때문이다. 쩍쩍 갈라지던 논이며 메마른 길에 장맛비가 지나가면 곳곳이 패고 부서지곤 했다. 물길을 따라 새로운 길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성하 (盛夏)의 태양을 받아 자란 논밭은 한층 푸르게 우쭐대며 가을을 예비했다.
넓은 들 가운데로 흘러 만경(萬頃)을 얻은 강. 호남평야의 중앙부를 흐르는 강이니 그 노을 또한 장엄할 것이다. 산이 충충 에워싼 길을 달리다 좌우가 탁 트이면 호남 의 드넓은 평야로 들어선 것이었다.
그런데 그곳 노을에는 '녹두새의 까만 눈동자'가 들었나 보다. 녹두장군의 '허락되지 않은' 큰 꿈! '어머니'들의 고된 노동에도 그의노래가 구성지게 흘러나왔더랬다. 그럴 때면 만경강 노을도 회한 깊은 눈시울처럼 핏빛으로 더 붉었던가.
정수자 | 시조시인 Chosun.com/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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