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
▶이영광=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과 사귀다’‘
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 등.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했다고, 너는 말한다. 네가 발명한 사랑은 산비탈
에 판 구덩이와 끊겠다는 곡기와 꺼내 쥔 심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내
것이다. 사랑은 모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어설 수 없는 절망과 죽음과 꺼내 쥔 심장을
거스르며 사랑이 발명되겠는가.
사랑은 위태롭다. 취해 한 말을 믿는다. 사랑은 무모하다. 더는 못 살 것 같을 때도 단 한
명만 있으면 살아가게 된다. 사랑은 그리고 비정하다. 나와 너는 사랑을 안다. 너와 나는
비정하다. 모질고 비정한 사람들이 주로 제 몸을 가르는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한다.
<황병승·시인>
joins.com/201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