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처럼 뜨거운 생명
◇김종철◇
퇴원이다
안녕 안녕
덕담하며 병원 문턱을 넘었다
몸 버리면 세상을 잃는다는
일상의 처방전
잘있다. 괜찮다고 나는 사인했다
월요일 젖은 몸 말리고
급히 지퍼 올리다가 목에 걸린
뜨거운 국밥 한 그릇
생명은 한순간 뜨겁다
- 김종철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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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약력:1947년 부산 출생.
시집 ‘서울의 유서’ ‘못의 귀향’ ‘못의 사회학’ 등.
2003년부터 문예지 ‘문학수첩’ 발행.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 2014년 7월 5일 타계.
■ 간결하고 묵직한 시다.
큰 병을 앓아본 사람만이 깨닫는 게 있다. 생명의 아름다움이다. 생명이 뜨겁고 뭉클
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건강할 때는 잘 모른다. 생명은 늘 당연히 있어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병을 앓게 되면 `생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치열
하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시인 김종철은 큰 병을 앓던 중 이 작품을 썼다.오래 머물렀던 병원 문을 나서며 그는
생명의 뜨거움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그는 영원히 병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지난
여름 결국 세상을 등졌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마지막에 쓴 생명의 감동을 담은 멋진
시 한 편은 남았다.
[허연 문화부장 (시인)]
mk.co.kr/201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