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절반은 붉은 모래
나머지는 물
세상의 절반은 사랑
나머지는 슬픔
붉은 물이 스민다
모래 속으로, 너의 속으로
세상의 절반은 삶
나머지는 노래
세상의 절반은 죽은 은빛 갈대
나머지는 웃자라는 은빛 갈대
세상의 절반은 노래
나머지는 안 들리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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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1970~ )대전에서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으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가 있다.
세상의 절반. 참 많다. 나머지. 참 적다. 놓치고 있었던 것. 나머지는 세상의 또 절반. 세상
의 절반. 붉고 따갑다. 이를테면 모래, 사랑, 삶. 나머지. 투명하게 출렁인다.깊이를 알 수
없다. 이를테면 물, 슬픔, 노래. 따갑고 투명하고 붉고 출렁이는 것들은 스민다.
서로의 아주 다른 속으로. 아주 모르는 서로의 속으로. 죽은 갈대의 입장에서 보면 나머지
는 웃자라는 갈대. 그러나 모두 은빛을 가졌다는 것. 허공과 허공 사이에서 서걱거리는 시
간이었다는 것.
세상의 절반은 노래. 나머지는 안 들리는 노래. 안 들리는 노래는 잘 들어야 하는 노래. 낮
은 곳으로, 구석으로 귀 기울이면 들리는 나머지의 노래. 나머지는 세상의 절반.
<황병승·시인>
joins.com/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