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그 이후
◇정의태◇
하늘 뒤쪽 나가 선 태양이
일출을 망설이고 있다
수평선은 접혀지지 않는다
늘 오는 여명이지만
바다가 세상에 달아 논 징표는
제 자리일 뿐
보여 지든 아니하든
더 부착하고픈 장식은
멀리 감춰져 있다
가고 오는 이런 것
오고 가는 저런 것 모두가
장식이고 징표일까
물결이 손대지도 못한 태양이 나중
중천에 놓이듯이
-정의태 '새벽 그 이후'-
(시집 '세상의 땀구멍'·전망·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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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태= 1986년 시집 [고독한 자의 수레],
1989년 동인지 [문예수첩]으로 시작활동.
* 시집 / [이제 우리 가깝다 하나](1992)
[섬에 와 섬이 된다](2000)
[까치는 늘 갈 곳이 있다](2008) 외
* 이메일 : jetks@naver.com
'새벽' 시간을 십이지로는 인시(寅時, 오전 3~5시)라고 하는데,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
가 있지만 해 뜨기 전이며, '빛' '광명' '총명함' 등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인(寅)의 방향
은 동쪽이고 달은 음력 1월이므로 이른 봄이다. 나무로는 잎이 싹트는 시기이지만 잘라
재목으로 쓸 수도 있으니 분명 어린 나무가 아니고, 음양으로도 강한 양(陽)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 오행의 화(火) 기운과 잘 화합한다.
인(寅)을 '호랑이'로 표상하면서, 그 용맹성과 신령스러움은 고요한 새벽 시간과 더불어
경건하고 엄숙함으로 승화되어 신앙, 종교성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해 뜨기 전 미명의
새벽부터 해가 하늘 가운데 놓이는 중천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대에서 '태양이 일출을 망
설이고 있'는 한 어둠 속에서도 활짝 펼쳐져야 할 '수평선은 여전히 접혀지지 않'고 있다.
바다는 쉼 없이 출렁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세상을 향해 '달아 논 징표는 (언제나 변함없
이) 제자리일 뿐' 보여 주고 싶고 '더 부착하고픈 장식은' 아직도 '멀리 감춰져 있'는 것은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런저런 '장식'이고 '징표'인 것처럼 부질없는 흐름과 변화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일상 같은 '물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중천'의 '태양'처럼.
오정환 시인
busan.com/201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