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심언주◇
아오한치 신후이의 한 마을에 있는 최소한 1천 년 이상 된 요나라 무덤에서 황금색 실크 브래지어가 발굴됐다.
천 년을 넘도록 봉긋하게 솟아 있는 브래지어. 살이 썩고 뼈가 내려앉아 감각이란 감각들 고분고분 흙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홀로 눅눅한 구석에 배를 깔고 외롭다, 외롭다 일기를 쓰는 브래지어.
연애처럼 무덤 위에 새 풀이 돋고, 씨가 떨어지고 또 다른 풀씨들 날아와 부풀어 오르다 사그라지고 사그라지다 다시 팽팽해진다. 목단꽃잎 브래지어. 내 가슴을 천 년 후에 누가 힐끗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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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주=충남 아산에서 출생. 2004년 《현대시학》에 〈예감〉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4월아, 미안하다』 가 있음. 현재 '시류' 동인으로 활동 中.
한 시대 두근거리던 가슴은 사라지고 썩지도 못하는 황금색 브래지어만 남았구나. 늘 알맹이는 먼저 사라지고 껍데기만 오래 남는다. 매미는 사라져도 허물은 남고, 호랑이 는 사라져도 가죽은 남고, 거북은 사라져도 등딱지는 남고, 명사는 사라져도 허명은 남고, 콜라는 사라져도 콜라병은 남는다. 오! 목단꽃잎 브래지어라니. 투두둑~ 순식간 에 흩어지자 대지의 가슴이 출렁거린다. 젖무덤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새로 나온 아이들이 미끄러진다.
시인 반칠환 [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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