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을 세운 뱀 한 마리 산허리를 휘돌아
바다 쪽으로 꼬리를 감추었어
가난한 사람들의 공화국은
산의 칠 부 능선에 자리하고 있어서
예고 없는 쓰나미에도 흔들리지 않았어
방주 같은 마을버스가 실어 나르는 소식
자주 덜컹거렸어
유리창에 표기된 1004번 번호표는
평화의 상징이 되지 못한 지 오래 되었어
창틈으로 새어나온 소음
자동차 바퀴에 깔려
불구의 언어로 너덜거렸어
소화되지 않은 날 것
비탈길에서 체증을 앓을 때
막다른 골목이 허공을 지우고 계단을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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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향미=경북 의성 출생
2007년 계간 『서시』로 등단
2011년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당선
시집 『바다빛에 물들기 』2012, <서정시학>
<시작노트> 바람을 털어낸 우듬지에 고생대의 발자국 몇 장, 제 무게를 버린 가벼운 행보
다. 낱장의 유적들 적막을 경작하는 동안 먼발치로부터 오시는 첫눈, 등 뒤의 풍경을 지운
다. 어느 시인의 블로그에 적힌 "애벌레가 끝이라고 생각할 때 하나님은 나비가 되게 하십
니다"라는 희망적인 한 구절이 참 좋다.
kookje.co.kr/201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