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
◇박용래◇
어머니 젊었을 때 눈썹 그리며 아끼던 달
때까치 사뿐이 배추 이랑에 내릴 때 ―
감 떨어지면 친정(親庭)집 달 보러 갈거나 손거울
-------------------------------------------------------------
▶박용래=(1925~80)(朴龍來)충남 논산 사람 1956년 현대문학에 [가을의 노래][황토(黃土)길]추천, 1961년 충남문화상,1980년 한국문학 작가상 수상 시집 [싸락눈][강아지풀][백발의 꽃대궁].....
도시 사람의 정서가 육식성인 데 반해 농경민의 피와 살로 육화된 정서는 여리고 순정 적인 초식성이다. 박용래의 시는 “꼭두새벽부터 강설(降雪)을 쓸고 동짓날 시락죽이나 끓이며”(‘시락죽’) 사는 농경민의 식물성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손거울’은 시인의 식물 성이 숨길 데 없이 드러난 군더더기 한 점 없이 깨끗한 시다.
식물성의 존재에게 해보다는 달이 더 잘 어울린다. 스스로 빛을 못 내지만 남의 빛을 반 사한다는 점에서 달과 손거울은 하나다. 이 시의 영리함은 달과 손거울이 서로의 자리 를 슬쩍 바꾸는 데 있다. 어머니 젊었을 때 눈썹 그리며 아끼던 것은 손거울, 감 떨어질 무렵 친정집 가서 보려는 것은 달! 시인은 이것을 능청스럽게 뒤바꿔놓는다. 하늘엔 손 거울, 땅엔 달!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2.24
http://blog.daum.net/kdm2141/53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