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막스 자콥◇
그녀의 하얀 팔이
내 지평선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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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자콥=(1876~1944)유태계 시인 막스 자콥은
1876년 프랑스 브르타뉴의 수도 캥페르에서 태어났다.
그는 22세가 되던 해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그곳에서 아직 젊은 화가였던 파블로
피카소와 친분을 맺게 된다. 자콥은 피카소에게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 것을 허락했으며, 피카소가 경제적으로
자립에 성공해 아틀리에를 얻자 그의 아틀리에에 훗날
유명해지는 ‘세탁선’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매양 보는 그녀의 하얀 팔에서 지평선을 끌어내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다. 내 스무 살
때 한번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여성을 연모하며 끙끙 앓았다. 때는 여름, 민소매
바깥으로 빠져나온 그녀의 하얀 팔이 눈부셨다.
그 하얀 팔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아기를 안을 팔이고, 별과 들과 강을 품은 팔이며,
은하를 다 품을 정도로 길게 늘어나는 팔이다. 그 팔은 향기로운 꽃이고, 무지개이며,
눈의 끝 간 데 홀연히 펼쳐진 지평선이다. 지금도 그 하얀 팔이 환영(幻影)으로 떠오른다.
그 하얀 팔을 볼 수 없으니, 내 지평선도 영영 사라졌다. 막스 자콥은 초현실주의 예술이
태동하는 데 힘을 보탠 프랑스 시인이다.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아폴리네르와 피카소 등과
사귀고, 가정교사·벽돌공·점술가·경비원·세일즈맨 등을 하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강제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