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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장석남◇
솔방울 떨어져 구르는 소리
가만 멈추는 소리
담 모퉁이 돌아가며 바람들 내쫓는
가랑잎소리
새벽달 깨치며 샘에서
숫물 긷는 소리
풋감이 떨어져 잠든 도야지를 깨우듯
내 발등을 서늘히 만지고 가는
먼,
먼, 머언,
속삭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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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1965~ )경기도 덕적에서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
1991년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
1999년 「마당에 배를 매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
시집으로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젖은 눈』 등이 있다.
솔방울 구르다가 멈추는 소리라니, 사위가 귀를 쫑긋 세우고 고요를 염탐하고 있다는 뜻.
우리 시대는 소음들이 번창하고, 잡음어(雜音語)만 득세한다. 바야흐로 난청(難聽)의
시대다. 큰소리를 내야만 겨우 알아듣는다.
그러니 속삭임들은 발붙일 데가 없다. 어쩌다 고요라는 짐승과 마주쳐도 서먹하다. 새벽
달 깨치며 샘에서 숫물 긷는 소리! 잠든 도야지 깨우는 풋감 떨어지는 소리! 이런 청량한
고요는 거의 천연기념물이나 마찬가지다.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고요가 다녀가는 기척을 못 듣고 산 지 오래되었다. 발등을 서늘
히 만지고 가는 고요를 채록하는 자로 평생을 살고 싶다. 고요 속에서 태어나는 시만이
소음과 잡음어의 폐해를 무찌를 수가 있다.
시는 한없이 낮은 속삭임과 한 부류이니까. 시와 속삭임들이 더 넓게 번져야만 세상이 더
평화로워지고 살 만해진다.
<장석주·시인>
joins.com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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