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
▶박목월=(1916~78) 경상북도 경주에서 출생 1933년 대구계성중학교 재학 중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어린이》지에,「제비맞이」가 《신가정》지에 당선되었다. 『경상도의 가랑잎』(1968)과 『무순』(1976), 『크고 부드러운 손』 (1979, 유고시집) 등 나중에 쓴 작품들은 점점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현실로 확대되고 생각의 깊이도 더욱 깊어졌다. 또한 월간지 《아동》,《심상》 등을 간행하였고, 아시아 자유문학상(1955), 대한민국 문학상(1968), 서울시 문화상(1969), 국민훈장 모란장(1972) 상 등을 받았다 강설(降雪)의 아침 혼자 설레는 가슴을 안고 안절부절 못하던 게 엊그제인데, 어느덧 까마
득한 옛일로 느껴진다. 산골 움집 처마에 투명 고드름은 녹고, 폭설 뒤 먹이를 찾아 마을까 지 내려오던 산짐승들은 자취를 감춘다. 계곡엔 눈 녹아 흐르는 물소리 청량하고, 골짜기 잔설 밑 노란 복수꽃이 수줍게 얼굴을 내
민다. 아이들은 산약초 뿌리를 씹어 먹고 몸이 뜨거워 겨우내 맨발로 지낸다. 홍옥 같이 볼 붉은 아이들은 키가 한 뼘이나 자랐다.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이즈막,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성큼성큼 다가온다. 공중엔 싱그러
운 미나리 냄새, 가슴엔 손대는 일마다 잘 풀릴 것만 같은 낙관주의가 번진다. 봄을 맞은 사 람들은 봉토와 권세가 없어도 마음은 부자고 의욕은 뻗친다. 올해는 늘어난 일조량이 깨운 희망과 낙관주의를 품고 어질고 옹골지게 살고자 한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3.03
http://blog.daum.net/kdm2141/53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