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워 -김행숙-
다음에 오는 열차처럼 15분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때마다 나타나는 상냥한 그녀는 시간의 문지기 같다
누구라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정확한 곳에 줄을 서 있었다 빨간 소화기는 20세기 골동품 같다
사람들은 수초에 감긴 인어처럼 이상하고 신비해진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온 듯 거대한 유리병 같은 빛의 타워에 외국인들이 많았다
걱정이 없어지는 과자를 먹으며 전생처럼 멀어지는 기분…… 어디선가 경음악에 감싸여 제2외국어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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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1970~ )서울에서 출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및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9년《현대문학》에〈뿔〉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사춘기』『이별의 능력』『타인의 의미』가 있음. 현재 강남대학 국문과 교수로 재직 中.
탑처럼 높게 만든 구조물이 있다. 그 타워를 상하로 왕복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15분 마다 운행한다. 사람들은 열을 지어 기다렸다 그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는 거 대한 유리병 같은 구조물을 오르내린다. 혹은 엘리베이터는 투명한 유리병 같은 겉모양 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구조물 꼭대기에 올라 탁 트인 전망을 즐길 것이다.
이 시에서처럼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탄 승객일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엘리베이터를 탄 관광객일지도 모른다. 우리를 태우러 미래로부터 이동해 온 엘리베이터는 우리를 태워 현재로부터 가마득하게 멀어져 간다. 시간을 살아가는 경험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의 그 거리 이동 경험과 같다고 여긴다면 현재의 시간이 아주 실감이 나고 각별할 것이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3.21
http://blog.daum.net/kdm2141/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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