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낮추어 스스로 광량(光量)을 조절하고
그늘을 견디는 연습을 오래 해왔을 것이다
나는 인간의 거처에도 그런 현상이 있음을 안다
인간도 별수 없이 자연에 속하는 존재이므로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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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1945~ )창원에서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1970)
△숭문고 국어교사로 35년 봉직
△한국작가회의 고문(이사장 역임)
△김수영문학상, 불교문학상, 만해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수상
△시집『답청(踏靑)』,『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외 다수
일광(日光)의 양이 부족하고 대체로 축축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있다. 탁 트여 넓고
밝고 시원한 곳과는 아주 다른 곳에서 그들은 자란다. 시인은 그런 음지식물들이 생존
방식 차원에서 그늘을 견디면서 살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견딘다'는 말에는 '여
기에 고통이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람도 하나의 '작은 자연'이어서 사람 사는 세상에도 음지가 있다. 음지에서 그늘을 견
디고 있는, 고통을 참고 버티며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세상에 봄이 왔지만 아직 잔설
(殘雪)과도 같은 찬 기운 속에서,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나에게 고운 모
래처럼 쏟아지는 빛을 한 줌 덜어내서 한 평의 음지에 부어줄 줄 아는 그런 봄이 되었으
면 한다. 올봄에는 우리의 마음이 넓고 아량이 있었으면 한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