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장인수◇
학교는 유리창이 참 많은 건물
종종 뒷산의 산새들이
학교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다
유리창에 숨어 사는 뒷산 때문이라고도 하고
발효한 산열매를 쪼아먹고
음주비행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새가 되고 싶은 유리창의 음모라는 풍문이 설득력이 있다
유리창에는 새의 충격이 스며있다
유리창은 종종 깊은 울음을 운다
비가 올 때는 열 길 스무 길 눈물의 계곡이 생긴다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새는 다시 살아나
유리창을 마음대로 통과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산맥과 달님도 마음대로 뚫으며 날아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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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1968~ )충북 진천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
2003년 계간 '시인세계'로 등단
현재 서울 중산고등학교 교사
2006년 시집 <유리창> 문학세계사
시인은 현직 고등학교 선생이다. 그는 학교가 유리창이 참 많은 건물이라고 증언한다.
유리창들은 투명성으로 명성을 얻은 사물이다. 뒷산 산새들이 종종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 유리창에 비친 헛것, 환(幻), 그림자에 새들이 홀린 탓이다.
헛것을 향해 막무가내로 투신하는 산새들! 어디 새들 뿐이랴! 사람도 종종 헛것, 환, 그
림자에 홀린다. 이 비극 때문에 유리창은 종종 깊은 울음을 운다. 유리창이라고 왜 충격
이 없고 슬픔이 없겠는가? 죽은 새들은 유리창을 마음대로 통과하며 살아간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