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 -원구식-
‘맑’스는 맑음의 덩어리,
혹은 당원을 친 이념의 빵,
칼 막 쓰지 마라.
반박이 불가능한 이 빵에
입을 대는 순간
포도주보다 붉은 혁명의 밤이
촛불처럼 타오른다.
너 이념 장사꾼이지?
칼 막 쓰지 마라.
이 빵으로 인해 세상은
맑거나 맑지 아니하며
공평하거나 공평하지 아니하도다.
오, 내 몸에 흐르는
타락천사의 붉은 피,
너 칼 막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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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식=(1955~ )경기도 연천 출생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저서 <먼지와의 싸움은 끝이 없다>
<마돈나를 위하여> 현대시刊 시집 외,
현재 <현대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발행인겸 주간
제40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이사.
카를 마르크스라는 이의 이름을 갖고 말놀음을 하는 유쾌한 시다. 한때 마르크스를 음가
(音價)에 따라 ‘맑스’라고 표기한 적도 있었다. ‘맑’스는 이념의 빵이다. 이 붉은 혁명의
전도사에 심취한 순진무구한 청년들이 그 이념의 빵을 깨물고 그를 사상과 이념의 은사로
섬기고 따랐다.
세상이 좀 더 공평해지고 정의로워지기를 열망한 까닭이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이 맑고 향기로운 이념을 추종하던 발랄하고 아름답던 청년들 중 일부는 이념 장사꾼으로
변질한다. 이 타락을 향해 시인이 직격(直擊)한다, 너 이념 장사꾼이지? 칼 막 쓰지 마라!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