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
⊙김용주⊙
오래된 LP판 위로 햇살이 앉아있다
쉰 소리로 돌아가는 그대 낡은 봄빛
갈라진
발뒤꿈치 사이
꽃물 드는 저물녘
가등 켜진 골목길 한 짐 시름 부려놓고
바람 풍금 마디마다 풀어 가는 봄날이여
촘촘히
파고든 허물
마냥 투명하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1D323D553F2B2A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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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blog/2718103D553F2B3C2F)
▶김용주=(1964~)전북 장수 출생
△《자유문학》등단
△국제펜클럽 전북PEN 운영위원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자유문학회 회원
'빗살무늬'는 참빗의 고운 결을 담고 있다. 섬세한 올을 지닌 명주바람의 문양을 담은 것
도 같다. 그보다 많이 겹치는 전통 토기 덕에 빗살무늬 기억은 각별하다. 그런데 '오래된
LP판 위'에 앉아 있는 햇살과 그 안팎을 '쉰 소리로 돌아가는 그대 낡은 봄빛'이 얹힌다면
그 빗살무늬야말로 애틋하기 짝이 없겠다. 그것도 '갈라진 / 발뒤꿈치 사이 / 꽃물 드는
저물녘'이니! 사라져가는 것들을 따라가는 눈빛 그늘이 길게 잡힌다.
'바람 풍금'도 마디마디 봄날을 풀어가고 '가등 켜진 골목길'에는 한 짐씩 부려놓은 시름
그늘이 짙어진다. '갈라진' 잔금들이 모여 있는 '발뒤꿈치 사이'로 엮는 늙어감의 그 쓸쓸
한 무늬들. 그 곁에서 '낡은 봄빛' 결을 파고드는 빗살의 여운이 나직이 회오리친다. 그
러는 동안 봄 한철을 한껏 피운 꽃들도 빗금을 그으며 속절없이 떠나고 있다.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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