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김동찬◆
소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촉촉하게 푸르게 살아 있는 동안은
나-무라 불리지 않는다
무슨무슨 나무일 뿐
초록색 파란 것, 말랑말랑 촉촉한 것
꿈꾸고 꽃피고 무성하던 젊은 날
다 떠나 보내고 나서
나-무가 되는 나무
나무는 죽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집이 되고, 책상이 되고, 목발이 되는 나-무
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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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1958~ )목포 출생 1985년 미 이민
1993년 미주 한국일보 문예공모 시 입상
1997년 한글문학 시 추천 1999년 열린시조 신인상
현재 미 California 거주 『열린시조』 편집인
미주 한국문인협회 총무이사 글마루 우리시 동인
산문집『LA에서 온 편지 심심한 당신에게』(2002년)
Semore, Inc. 공동 대표
나무들은 아무리 봐도 눈부시다. 날로 싱싱 내뿜는 신록의 새 빛! 맑은 산소부터 다 주고
가는 나무의 생은 성자(聖者)로 추앙받아 마땅하다. 나무로 자라기까지, 늙거나 베이거나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그 사후에까지 나무는 제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간다.
휴지며 의자며 책으로 생을 바치는가 하면, 천년도 넘게 살며 인간의 역사를 적기도 한다.
큰 나무 밑 지날 때 숙이지 않을 수 없는 연유다. 특히 '무슨 무슨 나무일 뿐'이던 나무들
이 '나-무'가 되는 과정은 아름답고 지극하고 성스럽다. 아픈 자의 '목발'도 '맑은 노래'도
되는 나무. 목발로 오월을 건너며 나무 아래 나무의자에 앉아 그것을 불성(佛性)이라 불
러본다. 해탈 또한 나[我]가 무(無)가 될 때 그러하려니-.
정수자 시조시인[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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