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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 우체국
◆서일옥◆
이름 곱고 담도 낮은 병산 우체국
해변길 걸어서 탱자 울을 건너서
꼭 전할 비밀 생기면
몰래 문 열고 싶은 곳
어제는 비 내리고 바람 살푼 불더니
햇살 받은 우체통이 칸나처럼 피어 있다
누구의 애틋한 사연이
저 속에서 익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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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송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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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blog/24035C3D5576314E26)
▶서일옥=(1951~ )199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는 <영화 스케치>가 있다. 경남시조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는 창원 안남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빨간 우체통 앞에서 가슴 뛰던 청춘들은 휴대폰족(族)이 됐다. 쓰고 찢고 다시 쓰며 편
지지에 골라 담던 정갈한 말들도 문자와 카톡 속도에 맞게 변이 중이다. 온갖 이모티콘
으로 불꽃 튀는 전령사는 경계가 없어진 만큼 돌아보기도 없다. 그럴 때 어디선가 멀뚱
히 서 있는 우체통을 보면 왠지 미안스럽다. 그런 중에도 우체국은 택배 등으로 오늘의
속도를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꼭 전할 비밀 생기면/ 몰래 문 열고 싶은' 우체국이라면 다른 풍경. 그 앞에서는
괜히 뭔가 적고 싶어지겠다. 여행길에 스치는 자그마한 우체국들이 똑 그랬다. '햇살 받
은 우체통이' 옛 마음을 불러내면 못 보낸 편지들이 하릴없이 그리웠다. 그 섶에 '칸나처
럼 피어 있'는 우체통을 만난다면! 없는 사연 지어서라도 고 빨간 꽃잎을 열고 싶어지리.
떨면서 넣은 편지가 툭 떨어지던 소리, 다시 귀 대고 싶다.
정수자 시조시인[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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