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gastritis)이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하듯이 장염(enteritis)은 '장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장(腸, 창자, intestine)이란 소장(小腸, 작은창자, small intestine)과 대장(大腸, 큰창자, colon)를 다 포함하는 말이며, 넓은 의미로는 복강내의 거의 모든 기관(organ)들을 일컫는 말이 됩니다. 대부분 장염이라고 할 때에는 '소장'과 '대장'의 염증을 말하며, 특히 '대장'에 염증이 있는 경우에는 대장염(colitis)으로 따로 구분하여 말합니다. 또한, 장염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거의 예외없이 위염이 동반되기 때문에 위장관염(gastroenteritis)이라고 통칭하여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인체해부학과 인연이 없으셨던 분을 위해 다시 한번 더 해부학 강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소장에 관한 내용을 다루도록 하고 대장에 관한 내용은 다음 편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소화관(alimentary tract)의 구성 (속은 다 똑같습니다... ^^;)
우리 몸의 소화 기관 중 가장 긴 것이 바로 소장입니다. 소장은 위(stomach)의 유문부(pylorus) 다음부터 대장의 맹장(cecum) 이전까지를 말하며, 그 총 길이는 정상 성인에서 270cm에서 290cm에 이릅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유문부 이하에서 트라이쯔 인대(Treitz's ligament)라고 부르는 부위까지를 십이지장(duodenum, 약 20cm)이라고 하며, 그 이하 2/5 정도의 부위를 공장(jejunum, 약 100~110cm)이라고 하고, 나머지 3/5 정도의 부위를 회장(ileum, 약 150~160cm)이라고 합니다. 회장과 맹장이 만나는 부분을 회맹판(ileocecal valve)이라고 부르는데, 대장내의 내용물이 역류하는것을 방지해 줍니다.
공장과 회장을 나누는 정확한 경계는 없으며, 사실 뱃속을 수 없이 들여다봤던 제 자신도 윗쪽에 가까우면 공장이고 아랫쪽에 가까우면 회장이다라는 식으로만 어림잡지 정확하게 구분하지는 못합니다. 공장과 회장은 분포하는 혈관(vessel)들의 모양과 장 내부의 점막 주름(plica circularis)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능과 구조에 두드러진 차이가 없으므로 굳이 구분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한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 다만, 십이지장은 같은 소장에 속하면서도 위에 가깝고, 담즙(쓸개즙, bile)과 췌장(이자, pancreas)의 소화효소들이 분비되는 곳이기 때문에 따로 구분하여 취급하게 됩니다.
소화기계의 해부학적 구조
***경고*** 붉은색 글씨의 내용과 그 아래 이미지는 약간은 엽기적일 수 있으므로 임산부나 심약자들은 보지말고 그냥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간혹 공포영화나 괴기영화에서 배를 가르고(혹은 배가 갈라지고) 창자를 끄집어내는(혹은 창자가 튀어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영화에서는 창자가 줄줄줄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절대 그럴 수 없다는걸 아셔야 합니다. (그러기에 그런 영화를 보면 너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ㅠㅠ) 소장(작은창자)은 아래 그림과 같이 구불구불 겹쳐져서 장간막(mesentery)이라는 두꺼운 막과 같은 구조물에 붙어서 등쪽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장간막 안에는 소장으로 가는 무수한 혈관과 신경, 림프관 등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배가 갈라졌다고 해도 창자가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처럼 길게 빠져나오지는 않습니다. (좀 끔찍한가요...? ^^;) 어느정도 나왔다가 아래 사진처럼 장간막에 매달려있습니다. 장간막에 붙어있는 소장의 사진 장간막의 원래 색깔은 노란색이다.
소장과 장간막
복부 타박상을 심하게 입었을 때 복강안에 피가 차는 혈복증(hemoperitoneum)을 일으키는 원인 중의 하나로 바로 장간막 안의 혈관이 손상된 경우가 있습니다. 역시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소화관 중에서 소장의 길이가 가장 긴 이유는 소장에서 대부분의 음식물이 소화(digestion)된 후 영양소의 상태로 흡수(absorption)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장염이 발생하게되면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배출(배변)되기 때문에 설사를 하는것입니다. 소장의 내부는 흡수할 수 있는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수많은 주름(plica circularis)과 돌기들(융모, villi)로 되어있습니다. 소장 융모의 확대 사진
그리고 그 돌기들에는 다시 수많은 아주 미세한 돌기들(미세융모, microvilli)이 있어서 소장 내부의 표면적을 최대한으로 넓혀줍니다. 융모와 미세융모의 모식도
소장은 가장 중요한 기능인 소화와 흡수 외에도 여러가지 다양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여러가지 호르몬(hormone)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endocrine function)입니다. 소장을 통 털어서 10가지 이상의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대부분 소화에 관계되는 역할을 하지만 혈당 조절이나 장의 연동운동(peristalsis) 등에 관여하는 것도 있습니다.
소장의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으로 면역 기능(immune function)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 많은 세균(bacteria)과 바이러스(virus)와 기생충(parasite) 등의 이물질을 섭취합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독성물질(toxin)과 항원(antigen)도 섭취합니다. 이러한 유해물질에 대한 일차적인 방어는 위 속의 강한 위산에 의해 이루어지고, 다양한 소화효소에 의해 파괴되지만 많은 양이 그대로 소장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소장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 표면적이 너무 넓고 얇아서 외부에서 섭취된 세균 등이 침투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만약 침입자들의 침투가 매번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각 종 장염과 여러가지 장 질환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그러한 침입자들에 대한 거의 완벽한 방어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면역 체계(immune system)입니다. 특히 장벽(intestinal wall)에는 아주 다양하고도 풍부한 면역체계가 갖추어져 있어서 왠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면역 기전에는 크게 체액성 면역(humoral immunity)과 세포성 면역(cellular immunity)이 있는데, 장벽에는 이 두 가지 시스템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면역 기전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항원-항체 반응(antigen-antibody reaction)은 체액성 면역 기전이며, 백혈구(leukocyte)가 세균을 잡아먹는것은 세포성 면역 기전이라고 우선 이해하면 됩니다. 소장의 침입자에 대한 방어는 단순히 장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장간막에 있는 풍부한 림프절(lymph node)을 비롯하여 몸 안의 모든 면역 관련 기관이 관여를 하여 장벽을 뚫고 침입하려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막아냅니다. 이러한 소장의 방어 시스템을 점막 차단벽(mucosal barrier)이라는 거창한 용어로 부릅니다. 소장에 암 발생이 거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로 소장의 강력한 면역체계를 꼽기도 합니다. 점막 차단벽에 대한 모식도
이러한 방어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든지 방어기전에도 속수무책일 정도로 강력한 침입자가 침범했을 때 드디어 장염에 걸리게 됩니다. 이러한 장염(혹은 위장관염)은 발생 원인에 따라서 증상과 치료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또한 대부분 음식물 섭취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식중독(food poisoning)과 따로 구분하여 설명하기는 곤란합니다. 대부분의 식중독의 주요한 단일 질환을 말할 때에는 장염(위장관염)을 들 수 있습니다. 즉, 포도상구균 식중독의 주요한 단일 질환은 포도상구균 위장관염이고, 비브리오 식중독의 주요한 단일질환은 비브리오 장염(위장관염)이 되는것입니다. 때문에 여기서 식중독과 장염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함께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식중독이란 섭취한 음식물의 독성 물질 때문에 발생한 일련의 증후군(syndrome)을 말합니다.
'증후군'이란 하나의 단일 질환이 아니라 여러가지 증상 혹은 질환들이 복합된 병적 상태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에이즈(AIDS)라고 부르는 병은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이라는 복합질환으로, HIV-1(Human Immunodeficiency Virus-1)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포성 면역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처음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가 발열, 오한, 설사, 심한 피로감 등 전신적 증세를 보이는 시기를 거쳐 피부증세, 신경증세, 심장질환, 전신성 소모증상 등의 다양한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인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식중독의 경우에도 복통, 구토, 설사 등 전체 위장관에 관련된 증상 뿐 아니라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전신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단일 질환이라기 보다는 '증후군'으로 보는것입니다.
식중독은 그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세균(bacteria) 자체에 의한 감염(감염형)이나 세균에서 생산된 독소(toxin)에 의해 증상을 일으키는(독소형) 세균성 식중독(bacterial food poisoning)과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성 혹은 식물성 독소에 의한 자연독 식중독(natural toxic food poisoning), 인공적인 화학물에 의해 증상을 일으키는 화학성 식중독(chemical food poisoning)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류 방식은 장염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여기에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성 장염(바이러스성 위장관염, viral gastroenteritis)을 따로 구분하여 추가해 볼 수 있습니다.
식중독의 증상은 원인 물질이 위장관의 어느 부분에 주로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위나 소장 등의 상부위장관을 주로 침범하면 증상의 발현이 빠르고 구토(vomiting)가 주 증상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회장 이하 대장 등 하부위장관을 주로 침범하면 증상의 발현이 비교적 늦으며 설사(diarrhea)가 주증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균성 위장관염 및 식중독 (Bacterial Gastroenteritis or Food Poisoning)
원인균이 증상을 일으키는 기전에 따라 독소형 식중독과 감염형 식중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독소형 식중독은 포도상구균, 바실루스 세레우스, 클로스트리디움, 장독소원성대장균(ETEC) 등과 같은 비침투성 병원균(non-invasive bacterial pathogen)이 장관내에서 독소를 생산하여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식중독을 말하며, 감염형 식중독은 병원성대장균(EHEC, EIEC), 장염비브리오, 살모넬라, 시겔라 등과 같은 침투성 병원균(invasive bacterial pathogen)이 직접 장관점막층의 상피세포(epithelial cell)를 침투하여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식중독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세균성 위장관염은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상이 거의 비슷합니다. 때문에 단순히 증상만 가지고는 그 원인균을 알 수 없고, 환자의 분변검사나 배양(stool examination and culture) 등을 통해서 찾아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원인균을 알아야만 그 균에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균성 식중독은 증상에 대한 처치(대증요법, symptomatic treatment)만으로도 수일내에 회복되기 때문에 몇몇의 심각한 상태를 제외하고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포도상구균 식중독(Staphylococcal food poisoning) 대표적인 감염형 세균성 식중독으로 주로 위나 소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상부위장관 침범 증상을 일으킵니다.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장 내에서 증식된 세균에 의해 장독소(enterotoxin)가 만들어지고 이 장독소에 의해서 오심(nausea), 구토(vomiting), 쥐어짜는듯한 복통(abdominal cramping), 설사(diarrhea) 등의 증상을 일으킵니다. 사실 황색포도상구균은 우리 피부 어디에나 정상적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세균을 상재균(normal flora)이라고 하는데, 피부 상태가 정상적일 때에는 다양한 방어기전에 의해 그 수가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부가 상처를 입는다든지 하면 그 상처로 침투하여 세균이 증식되고 염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황색포도상구균의 현미경적 소견. 그람 염색에 양성의 소견을 보여(Gram positive) 보라색으로 염색되어있는 모습이 포도송이처럼 보인다고 하여 포도상구균이라고 칭했다.
이러한 포도상구균 식중독은 손이나 코 점막, 혹은 상처에 있던 세균에 의해 음식물이 오염된 후 여름철과 같은 적절한 기온과 습도에서 세균이 증식하여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그 수가 늘어났을 때 식중독을 일으킵니다. 특히 이 세균에서 만들어낸 장독소는 열에도 파괴되지 않기(heat-resistant toxin) 때문에, 이미 다량의 장독소를 만들어냈을 만큼 세균이 다량 증식되었다면 (다시말해 음식이 너무 많이 상했다면) 아무리 푹푹 끓여도 독소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먹지말고 버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포도상구균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한지 2~4시간후에 증상이 급격히 나타났다가 역시 빨리 좋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좋아지기 때문에 대증요법(symptomatic therapy)만 시행하는데, 간혹 증상이 오래 지속되어 수액치료(fluid therapy)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유아나 노약자에게서 이따금씩 쇼크(shock) 등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실루스 세레우스 식중독(Bacillus cereus food poisoning) 바실루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가 원인균이 되는 식중독으로, 주로 잘 익히지 않은 쌀을 통해서 감염이 됩니다. 상부위장관 침범 증상을 주로 일으키는 구토형(emetic form)과 하부위장관 침범 증상을 주로 일으키는 설사형(diarrheal form)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구토형 바실루스 세레우스 식중독은 포도상구균 식중독과 증상이 유사하고 설사형 바실루스 세레우스 식중독은 뒤에 설명되는 클로스트리디움 식중독과 유사하므로 그에 대한 감별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구토형은 오염된 음식 섭취 후 2~7시간내에 증상이 발생하고 설사형은 8~14시간 후에 증상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고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특별한 처치가 필요치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대증요법을 시행하기도 하지만 항생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클로스트리디움 식중독(Clostridial food poisoning) (=웰치균 식중독(Welch's bacillus food poisoning))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 A형(type A) 세균에 의한 식중독으로 주로 하부위장관 침범 증상을 일으킵니다. 세균성 식중독의 원인균으로는 세 번째로 많습니다. C. perfringens 는 1892년 웰치(W.H.Welch)에 의해 발견되었기 때문에,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과거에는 웰치균(Welch's bacillus)라고 불렀습니다. 따라서 C. perfringens 에 의한 식중독을 웰치균 식중독(Welch's bacillus food poisoning)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최근에는 그냥 클로스트리디움 식중독(Clostridial food poisoning)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가 되었습니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의 현미경 사진(좌)과 이미지(우)
클로스트리디움속(屬)의 세균들 중에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는것이 많습니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 perfringens) C형(type C)은 장이 썩는 괴사성 장염(enteritis necroticans)을 일으키거나 피부나 기타 연부조직에 감염되어 염증이나 농양(고름, pus)을 형성하는 봉와직염(cellulitis)이나 괴저(gangrene) 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Clostridium difficile)는 다량의 항생제 복용 후 발생하는 설사나 대장염(antibiotic-induced diarrhea or colitis)의 원인균이 되고,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은 뒤에 설명되는 보툴리즘(botulism, 보툴리눔 중독증)을 일으키며,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누스(Clostridium tetanus)는 파상풍(tetanus)을 일으킵니다.
C. perfringens 에 의한 식중독은 비교적 많은 발병 양상을 보이며, 주로 오염된 육류를 섭취하고 나서 8~14시간 후에 복통과 설사를 주로 하는 증상이 다수의 환자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열과 구토는 흔하지 않지만 구역질은 자주 나타납니다. 그러나 대체로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처치만 하면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회복됩니다. 이 균은 토양, 먼지, 동물의 분변 등에 널리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음식물이나 환자의 대변에서 균이 분리되더라도 식중독의 원인균으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뒤에 설명되는 중요한 전염성질환인 살모넬라(salmonella) 감염과 증상이 유사하여 꼭 감별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증(Botulism)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에 감염되어 세균에서 생산된 신경독소(neurotoxin)에 의해 증상을 일으키는 신경마비성(neuroparalytic) 질환입니다. 균 자체의 감염보다는 생산되는 독소가 문제가 됩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증(botulism)은 라틴어로 소세지(botulus)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19세기초에 독일에서 수백명을 사망에 이르게한 대규모의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보관상태가 나쁜 통조림이나 소세지 때문이었던 것인데서 유래한것입니다. 물론 원인균은 C. botulinum 이었습니다. 보툴리눔 균은 30℃ 이상의 산소가 없는 혐기성 환경(anarobic environment)에서 잘 증식하여 독소를 만들어 냅니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균의 현미경적 소견
보툴리누스 중독증은 4가지 감염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적절치 못한 관리로 보툴리눔 균이 증식한 식품을 섭취하거나, 생산된 독소로 오염된 상태의 식품을 섭취하여 중독을 일으키는 식품매개형 보툴리누스 중독증(foodborn botulism)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고, 주로 면역력이 약한 1~9개월사이의 영아의 위장관속에서 보툴리눔 균이 증식하여 독소를 생산하여 중독을 일으키는 영아형 보툴리누스 중독증(infant botulism)이 있으며, 드물게 상처에 보툴리눔 균이 침범하여 감염이 되는 창상형 보툴리누스 중독증(wound botulism)과 기타 비정형 보툴리누스 중독증(unclassified btulism)이 있습니다.
식품매개형 보툴리누스 중독증은 식중독의 일반적인 위장관 증상보다는 신경독소에 의한 신경차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잠복기는 대부분 18~36시간이지만, 잛게는 오염된 음식을 섭취 후 3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길게는 8일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잠복기가 짧을 수록 더 심각한 경과를 밟게됩니다. C. botulinum 이 만들어낸 신경독소는 운동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차단하여, 근육이 수축되지 못하도록 합니다. 이러한 신경독소의 작용으로 사물이 둘로 보이는 복시(diplopia)를 호소하거나 근거리 촛점을 잘 못 맞춘다든지 하는 안구증상이 나타나고, 입마름(dry mouth), 연하곤란(dysphagia)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에는 호흡근이 마비되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근래에 이러한 신경독소는 그 양과 시술부위를 조절하여 사시나 안면경련 등의 치료나 주름제거 등의 미용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톡스(Botox)가 여기에서 추출된것입니다.)
치료는 호흡을 유지하는것(ventilatory support)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적절한 항독소를 투여하는것이 특이요법입니다. 항독소(antitoxin)를 사용할 때에는 신경독소의 형(type)에 따라 각각 용량을 달리하여 투여하게 됩니다. 위장관내에 남아있는 독소를 없애기 위해서 위세척(gastric lavage)을 하거나, 하제(cathartics)를 복용시키고 관장(enema)을 하기도 합니다.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Pathogenic coliform bacillus food poisoning)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대장에서 사는 대장균(Escerichia coli)은 대부분 해가 없는 상재균(normal flora)이지만, 유해한 종류가 있어서 여러가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한 유해한 종류를 병원성대장균(pathogenic coliform bacillus)이라고 부르며 현재까지 약 30여종이 발견되었는데, 병을 일으키는 특징에 따라 크게 5가지 종류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E. coli O-157:H7과 같은 종류를 장출혈성대장균(enterohemorrhagic E. coli, EHEC)이라고 부르는데, 베로독소(verotoxin)를 생산하여 장 점막을 손상시킴으로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 장독소(enterotoxin)를 생성하여 증상을 일으키는 장독소원성대장균(enterotoxigenic E. coli, ETEC)이 있고, 장 점막층(특히 대장 점막)의 세포를 침투하여 장관조직 자체의 감염을 일으키는 장침투성대장균(enteroinvasive E. coli, EIEC), 주로 2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급성 위장관염을 일으키는 장병원성대장균(enteropathogenic E. coli, EPEC), 그리고, 장관부착성 대장균 (enteroaggregative E.coli, EAggEC)이 있습니다. 소장점막 표면에 붙어있는 대장균들
병원성대장균으로 인한 특징적인 발현증상 외에는 모든 대장균들은 생화학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가지기 때문에 이 균에 대한 분류는 면역혈청학적인 특징을 따르게 됩니다. 즉, 균을 구성하는 항원성분의 면역학적 특징에 따라 각각의 대장균을 구분을 하는데, 그 항원성분중 균체항원인 'O'항원이 180여 종류, 협막항원인 'K' 항원이 90여 종류, 섬모항원인 'H'항원이 40여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병원성대장균인 E. coli O-157:H7에서 O-157:H7의 의미는 157번째 발견된 'O'항원과 7번째 발견된 'H'항원을 가지고 있는 대장균이라는 의미입니다.
여러 병원성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중에서 특히 O-157에 의한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1종 법정전염병으로 특히 문제가 되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이 균은 적은 수의 균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가 있으므로 감염력이 매우 강하여 폭발적인 발생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살모넬라(salmonella)가 1g당 100만개의 균량이 있어야 감염이 가능한것에 비해 병원성대장균은 1g당 10~1000개의 균량 만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두번째로는, 발병 후 단기간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O-157에서 생성되는 베로독소는 대장 점막을 파괴하여 피가 섞이 설사(bloody diarrhea)를 하게 만들고, 혈액속에 침투하여 적혈구를 파괴하고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을 일으키거나 신부전증(renal failure)을 유발시키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사망률이 3~5%에 이를만큼 매우 치명적입니다.
대부분의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은 하부위장관 침범 증상인 복통(abdominal pain)과 설사(diarrhea)가 주 증상이며, 증상에 대한 처치와 탈수 방지를 위한 수액공급만으로도 2~3일 이내에 충분히 좋아집니다. 드물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약자나 면역력이 결핍된 환자에게서는 치명적인 경과를 밟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하며, 특히 혈변을 보일 때에는 적극적인 집중치료가 필요합니다.
역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병원성대장균의 주 오염원이 덜익힌 육류(특히 소고기)나 오염된 우유 등이며 대부분의 병원성 대장균이 열에는 약하기 때문에, (O-157은 60℃ 이상에서 45초간 가열시 사멸됩니다.) 병원성대장균의 감염이 우려되는 시기나 지역에서는 반드시 익히거나 데워먹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과거 햄버거에서 O-157이 검출되어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을 때에도 햄버거내의 고기가 덜 익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감염된 사람이 용변 후 손을 씻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개인위생관리도 필수적입니다.
비브리오 식중독(Vibrio food poisoning) 식중독이나 장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비브리오(vibrio)균 종류에는 비브리오 파라헤몰리티쿠스(Vibrio parahaemolyticus)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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