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poken Words - Hiko
범 인
◆신미균◆
시커먼 홍합들이
입을 꼭 다물고
잔뜩 모여 있을 땐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팔팔 끓는 물에 넣어
팔팔 끓인다
다들 시원하게 속을 보여주는데
끝까지
입 다물고
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간신히 열어보면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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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균=(1955~ ) 서울에서 출생
서울교육대학 졸업하고
1996년 『현대시』 등단
2003년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 천년의시작
2007년 시집 <웃는 나무> 서정시학
입을 꽉 다문 홍합들은 어떤 것이 산 것인지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분별할 수 가 없다.
팔팔 끓는 물속에 넣어봐야 한다. 산 것들은 속을 벌려 속내를 드러내지만 죽은 홍합은
끝끝내 다문 입을 열지 않는다.
군사독재자들이나 그에 협력했던 이들이 청문회에 불려 나와 입을 굳게 다문 채 모르쇠
로 일관했다. 죽은 홍합들이 그렇듯이 입을 다문 그들 모습이 비루하고 추해 보였다.
속으로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가는 주제에!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