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고현혜◆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대 집에
죽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고
냉기 가득한 그대 부엌
큰솥을 꺼내 국을 끓이세요.
어디선가 지쳐 돌아올 아이들에게
언제나 꽃이 피어 있는
따뜻한 국이 끓는
그대 집 문을 열어주세요.
문득 지나다 들르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당신 사랑으로 끓인 국 한 그릇 떠주세요.
그리고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목숨 바쳐 사랑하세요.
일러스트/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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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혜=(1964~ ) 경기도 안양에서 출생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바이올라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
안티오크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크리스찬 문예 시 입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영한시집 『일점오세』, 영시집 Yellow Flowers on a Rainy Day,
수필집 『1.5세 엄마의 일기장』이 있다.
고현혜 시인은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가 살면서 영어와 한국어로 시를 쓴다. 그는 시 '전업
주부 시인'에서 "이제 시 쓰는 것보다/ 밥하는 게 더 쉬워요// 서점에서 서성이는 것보다/
마켓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더 길고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 펴낸 그녀의 시집을 보니
모국어로 쓴 시편들이 높고 따뜻하고 특별하게 섬세하다.
이 시에서 시인은 사랑이 넘치는 집을 꿈꾼다. 화초가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부엌에는 온기
가 가득한 그런 집을 꿈꾼다. 가족에게 따뜻한 국을 끓여 차려주는 사랑의 행위는 외로운
사람들에게도 베풀어진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목숨 바쳐 사랑하세요."라고 쓴 시구
(詩句)를 읽는 순간 "그녀의 하얀 팔이/ 내 지평선의 전부였다"라고 짧게 쓴 막스 자코브의
시 '지평선'이 떠올랐다. 때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고 살기도 한다.
문태준 시인[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