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꽃그늘 아래서
함께 울었지
하루는 그늘도 없는 벚나무 밑에서
혼자 울었지
며칠 울다 고개를 드니
내 나이 쉰이네
어디 계신가 … … 당신도
반백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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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1960~ ) 충북 제천 출생. 인천에서 성장
198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뿌리 깊은 별들을 위하여'
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시집 <삼천리호 자전거>(1988), <미미의 집>(1990),
<황천반점>(1994) 사랑을 놓치다 등 21세기 전망 동인
쉰은 내게는 지나간 나이다. 쉰은 꾀꼬리가 하늘에서 날고, 그 깃이 찬란히 빛나던 청춘의
때에서 멀어져 돌이킬 수 없는 노년의 초입이다. 울음이 많았던 사람도 쉰에는 슬픔이 고
갈되어 더는 울지 않는다.
울음은 붉은 정념과 비례하는 것이니, 울음 없는 삶이란 도약과 방랑의 때가 끝나 더는 꿈
도 사랑도 없이 쇠락과 무의 심연, 그리고 망각과 체념만이 남는다. 하지만 추억마저 사라
지는 건 아니다.
맑고 푸른 하늘이 이어지는 가을 어느 날엔 간혹 꽃처럼 잘 웃고 새처럼 재잘대던 당신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어디 계신가? 당신도 이젠 반백일 테지?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