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조성범◆
인류가 다녀가고부터
달을 성자처럼 여기고 따르던
사람들은 기댈 곳을 잃었다
더 이상 신비로울 것 없어
대보름 한가위도
예전 같지 않다는 사람들
달이 뜬다
유년의 일들이 튀밥처럼 터지는
오늘은 팔월 한가위
풀 한 포기 없다는 사실에도
잊었던 동화가 되살아나고
달빛 아래 서로 모인 우리는
다시 의지할 곳이 생겼다
오늘 달은 어찌 저리 둥그냐고
온 세상이 환하다고
집집이 시끌벅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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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범=(1957~ ) 부산 출생. '현대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해양연구위원. 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
〈시작노트〉
달을 보고 그리움과 근심을 달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문명의 발달로 바쁜 일상에 쫓기며
하늘 한 번 쳐다보는 것도 잊고 살지만, 한가위가 되면 누구랄 것 없이 달을 쳐다보게 됩니
다. 흩어진 가족이 모이고 지난 일들이 되살아나며 살아갈 힘이 됩니다.
kookje.co.kr/201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