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켠 설렁설렁 바람 문을 열어둘 때
말문 연 옛사람의 발자취 선연하다
잘 익은 달빛 그늘에
그루마다 여문 손길
갑사댕기 드리우던 내 영혼 환한 날들
여름 타던가 마르던 첫사랑도 그예 지면
앓고 난 생채기자국
사금파리 눈부시다
정갈한 제기마다 눈물 함께 기도 얹어
수그린 목덜미에 울컥 참아낸 한 생애
이저승 오가는 정을
밤새워 나르는 달
---------------------------------------------------------------
▶전연희=全蓮喜 경남 진영에서 출생
1986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과 1988년『시조문학』천료로 등단
시조집 『귀엣말 그대 둘레에』『숲 가까이 산다네』『얼음꽃』등
현재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부의장,
사단법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낭송상을 수상
민속학자 정상박 선생은 지난 2월 펴낸 책 '정상박의 우리 민속 되짚어 보기'(민속원)에서
이렇게 들려줍니다. "중국의 중추절은 정식 공휴일이 아니어서 설날인 춘절만 못하다.…
일본의 오봉은 음력 7월 15일 지내던 것이 양력 8월 15일로 정착되었는데 조상숭배를 하
는 불교적인 풍습이 주로 행해지고 추수기 농경의례로서의 성격이 약화되었다.
유독 우리 민족만이 아직 음력 8월 15일을 수확기 농경의례로 크게 지낸다." 이렇듯 한국
의 한가위 풍경은 들뜨고 흥겨운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우리다움과 한민족의 한민족
다움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연희 시조시인은 그런 추석에만 머무르지 않네요. 첫물 곡식과 과일을 신께 올리
고 제를 지내는 한가위를 삶을 관조하고 되새기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음을 파스텔 같은 시조
로 보여줍니다. '한가위 무렵'입니다.
전연희.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
kookje.co.kr/ 2015-09-25
http://blog.daum.net/kdm2141/57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