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김수복-
몽골 대평원
만삭의 말이 산통의
죽음에 다다라서
끙,
새끼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데
지나가던 구름이 긴 혀를 내밀어 핥아서
일으켜 세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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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1953~ ) 경남 함양에서 출생
1975년 '한국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으로 ‘지리산타령’ ‘낮에 나온 반달’
‘또 다른 사월’ ‘사라진 폭포’
‘우물의 눈동자’ ‘달을 따라 걷다’ 등이 있다.
제6회 서정시학 작품상 수상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하늘의 빛나는 별이 우리의 갈 길을 환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루카치의
말이다. 문명이 개입하면서 우리는 별과 바람과 해와 달빛과 교통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머
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고도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시절은 모두 다 지나갔다. 간혹 북미
원주민들의 글에서나 우리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황홀한 소통을 만난다.
이 시는 그런 원시적 만남의 한 정점을 노래하고 있다. “만삭의 말이 산통의/ 죽음에 다다라
서, 끙” 하고 새끼를 밀어낼 때, “지나가던 구름이” 그것을 보고 “혀를 내밀어 핥아서/ 일으
켜 세”워 주다니. 게다가 제목에 나오는 “해”가 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몽골 대평원”
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문학은, 시는, 이 사라진 총체성에 대한 노스탤지어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