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울음을 터트린다면
바다의 수위는 얼마나 올라갈까
세상의 어느 낮은 섬 외진 모서리부터 차례로 잠길까
선잠 위로 차오르는 바다의 수위가
구름까지 닿으면 구름이 철썩철썩 파도처럼 부서질까
필요 이상으로 구름은 또 얼마나 많이 피어나
지구를 빈틈없이 모두 뒤덮고도 남아 우주로 새어나갈까
난민촌 밥 짓는 연기처럼 모락모락 새어나갈까
우주 밖으로 백기처럼 휘날릴까
구겨진 백지처럼 버려질까
지구상의 사람 누구든 펑펑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
방금도 일어난 잔혹하고 끔찍하며 슬픈 일이 우리 모두에게
단 한 번만 공평히 동시에 일어난다면 어떨까
그러면 그 누구에 의해서든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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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일=(1977~ )서울에서 출생. 1996년 단국대 공학부를 졸업.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가문비냉장고』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국경꽃집』(창비, 2007) 이 있음.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박사과정에 재학 中. 시동인회 '불편'의 동인.
기쁨과 슬픔은 한 몸에 세 들지만 시차를 두고 드나들어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 기쁨이 네 슬픔을 잊는 동안, 네 슬픔은 내 기쁨을 미워한다. 한 시인이 말했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우리가 웃고 즐기는 동안에도 '세상의 어느 낮은 섬 외진 모서리'는 젖
고 있다.
생명의 역사에 '공평히 동시에 일어나는' 기쁨과 슬픔은 없다. 모두 동시에 아프고 동시에
쁘다면 누가 내 아픔 보살피고, 네 기쁨 축하하겠는가. 하지만 슬픔이 늘 낮은 발목만 적시고
저만의 기쁨에 가슴이 사막일 때, 세상 모든 생명들이 한 날 한 시 울음 터트리는 눈물의 국
경일 하나 갖고 싶다.
시인 반칠환 [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