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까지
◆김준태◆
사랑하라고
찬바람이 붑니다
서로의 시린 어깨를 부비라고
사랑하라고
나뭇잎들이 떨어집니다
서로의 시린 발등을 덮어 주라고
사랑하라고
더 먼 곳으로 떠나가서도 산들은
봉우리마다 흰 눈을 쌓아 올립니다
서로의 숨결과 얼굴을 잊을까 봐
사랑하라고
더 먼 곳으로 날아가서도 새들은
숲의 가지인들 쉬지 않고 날아갑니다
행여 노래가 흐르는 길 벗어날까 봐
마음과 향기
또한 슬픔에 바래질까 봐
잎 지는 가을에서 눈 나리는 겨울까지
아 사랑하라고
사랑하라고 찬바람은 불어오고 불어갑니다
두 눈에 흐르는 눈물도
별빛인 듯 반짝여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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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1948~ ) 해남에서 출생 1969년 월간 《시인》지로 등단
시집 《참깨를 털면서》《나는 하느님을 보았다》《국밥과 희망》
《아아 광주여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칼과 흙》《지평선에 서서》,
소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 외 액자소설 88편, 통일시해설집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세계문학기행집《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평전《명노근 평전》 베트남전쟁소설《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등
화사한 꽃과 온화한 바람만이 사랑의 징표인 줄 알았는데,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과 살을 에
는 찬바람이 사랑의 메시지라고요? 가을에서 겨울까지 세상은 빛깔을 잃고, 침묵에 빠져드
는데요. 추울수록 당겨 앉으라는 말씀이군요. 외로울수록 어깨 결으라는 말씀이군요. 사랑은
종교로군요. 꽁꽁 언 땅속에도 염천을 지필 초록불씨가 있다는 믿음이로군요. 암담할수록
'너머'를 내다보는 거로군요.
<시인 반칠환> [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