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도덕
◆임동확◆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던 도중
중간 휴게소였던가
사막을 길게 가로지르는
도로 한 켠의 수로를 파기 위해,
단 한 명의 인부가
허리 굽힌 채 연신 곡괭이질 해대고,
단 한 명의 감독관이 그걸
바짝 감시하는 풍경과 마주친
어느 여성시인이 버스에 올라타려다
그만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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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확=(1959~ ) 전남 광주에서 출생.
전남대 국문과 및 同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강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음, 시집 『매장시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살아 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 『벽을 문으로』, 『처음 사랑을 느
꼈다』, 『나는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와 시화집『내 애인은 왼손잡이』,
산문집『들키고 싶은 비밀』,시론집『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등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세계는 위계와 감시의 거대한 판옵티콘
(Panopticon·원형감옥)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리는 사람이 있고 부림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
다만 관계의 다양한 외피가 이것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그런 노예적 관계가 아무런
위장도 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풍경을 보여준다.
사막은 위장이 사라진 공간이다. 우리 삶의 이 짐승 같은 민낯을 보고 “어느 여성시인”“평
펑” 운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
다. 사람들 사이에 그나마 남아 있을 ‘한 줌의 도덕’(아도르노)이 소중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
다. 임동확 시집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에 수록.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