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반 ◆오탁번◆ 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 쪼르르 달려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먹는다 이 빠진 종지들이 달그락대는 살강에서는 생쥐들이 주걱에 붙은 밥풀을 냠냠 먹는다 햇좁쌀 같은 햇살이 오종종 비치는 조붓한 우리집 아침 두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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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1943~ )제천시 백운 출생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철이와 아버지'가 당선되고 이듬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가 당선된 후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處刑의 땅'이 당선 등단 시집 《아침의 豫言》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생각나지 않는 꿈》 《겨울강》 《1미터의 사랑》 《벙어리장갑》 《손님》과 소설집 《處刑의 땅》 《내가 만난 女神 》 《절망과 기교》 《저녁연기》 《새와 十字架》 《혼례》 동서문학상(1994), 정지용 문학상(1997) 등을 수상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그 어느 사라진 동화의 나라가 아직도 남아 있답니까? 아궁이에 잠든 생쥐의 잠을 깨우고,
한 주걱밥을 먹는 곳. '잣눈' '이맛돌' '살강' 같은 단어들이 아직도 요긴하게 사용되는 곳. 콩도 세 알 심어서 한 알은 벌레가, 한 알은 새가, 한 알은 사람이 먹었다던 그 마을 언저리 겠지요. 두레반!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둥근 상을 그렇게 불렀다지요. 지구가 둥근 것도 모든 생명이
차별 없이 함께 먹고 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아궁이도 살강도 없는 곳에서 쥐도 새도 모 르게 우리끼리 한없이 풍성한 밥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탐욕스럽기에 저 소박함마저 부러운 걸까요? 시인 반칠환[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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