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함
◈함민복◈
새들의 명함은 울음소리다
경계의 명함은 군인이다
길의 명함은 이정표다
돌의 명함은 침묵이다
꽃의 명함은 향기다
자본주의의 명함은 지폐다
명함의 명함은 존재의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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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1962~ )충북 중원에서 출생.
1989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성선설〉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우울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이 있고,
산문집은 『눈물은 왜 짠가』(이레)등이 있음.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J Derrida)는 이름이란 하나의 외적 통일체로서의 표피(表皮)이고,
그 안에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어떤 “심연(深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울음소리” “침묵” “향기” “지폐” 같은 이름(명함)들은 얼마나 넓고 깊은 내면을 가지고
있는가. 이름의 문을 열고 그 심연으로 들어설 때, 존재 혹은 “존재의 외로움”이 보인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4.21